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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샌드위치’에서 ‘FTA 허브’로? 한국, 일단 교두보 확보
  • 뉴질랜드·EU·중국 등도 잇단 ‘러브 콜’ 움직임…
    국회 비준·주변국 견제 극복이 관건
  • 박용근 기자 ykpark@chosun.com
    입력 : 2007.04.04 00:46 / 수정 : 2007.04.04 03:03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마지막 고비였던 최종담판을 보름 앞둔 지난 3월 16일. 뉴질랜드 농업무역특사 앨리스터 로이 폴슨(Polson)씨가 급히 한국에 들어와, ‘전국농민단체협의회’ ‘한우협회’ ‘한국농업 CEO 연합회’ 등 농민단체 대표들과 만났다.

      뉴질랜드에서 수천 마리 양과 소를 키우는 농장주이기도 한 그의 방한 이유가 궁금증을 낳았는데, 알고 보니 한국·뉴질랜드 FTA 체결을 추진하려는 사전 정지(整地)작업을 위한 것이었다.

      광우병 사태로 2004년 이후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금지되면서,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누린 것은 뉴질랜드와 호주. 국내 냉동 쇠고기 시장의 미국산 점유율이 2001년 65.5%에서 2005년 0%로 급락하는 동안, 뉴질랜드는 4.4%→30.4%, 호주는 24.9%→66.9%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번 한·미 FTA 협상으로 오는 5월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확실해지면서, 뉴질랜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뉴질랜드 정부가 한국과의 FTA에 관심을 보이고 나선 데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 한·미 FTA가 한·뉴질랜드 FTA까지 연쇄 촉발시킨 것이다.

    • 한·미FTA는 통상대국(通商大國)으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일 뿐이다. 협상이 타결된 지난 2일 밤, 수출 전초기지인 부산항은 밤을 잊은 채 수출입 화물의 선적 작업이 한창이었다. 부산=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 ◆‘샌드위치’에서 ‘FTA허브’로

      한·미 FTA는 한국을 ‘FTA 허브(거점)’ 국가로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재경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전후해, 주변 국가들이 우리와 FTA를 체결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빨라졌다”며 “뉴질랜드뿐 아니라 호주도 우리 정부에 FTA 체결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개방론자들은 한·미 FTA를 계기로, 한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FTA가 부챗살처럼 전개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면서 동시 다발적인 FTA야말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선 세계 2대 경제권인 EU(유럽연합)부터가 적극적인 자세다. 한·미 FTA 이후 값싼 미국산 자동차가 국내에 들어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업체들이 BMW·폴크스바겐·아우디 등 EU의 자동차 메이커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는 EU 자동차가 1위(판매대수 2만3769대)를 기록했고 일본차가 2위(1만2205대), 미국차는 3위(4556대)에 그쳤다.

      하지만, 한·미 FTA로 미국산 승용차에 대한 8% 수입관세가 철폐되면 3900만원짜리 미국 포드차 가격은 3600만원 수준까지 떨어져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EU 자동차업계들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과 FTA를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며 EU 집행부를 압박했고, 그 결과 오는 5월부터 한국과 EU 간 1차 협상이 열리게 됐다.

      미국에 한국시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본의 태도도 돌변했다. 한·일 FTA 협상은 농수산물과 공산품 개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 2004년 11월 결국 중단됐었다. 그러나 3일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언제라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중 FTA에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던 중국도 태도가 변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달 한·중 FTA 산·관·학 공동회의에서 “한국과의 FTA라면 눈 감고라도 달려가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은 또 한·미 FTA 발효 후 무관세(無關稅)로 대미 수출을 할 수 있는 한국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전남 무안 기업도시에 들어설 한·중 국제산업단지에 7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도 이미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국내외 견제 만만치 않아

      그러나 ‘FTA 허브’로 가는 길은 정부의 기대만큼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내 각종 이익단체와 상당수 정치권의 반대를 딛고 한·미 FTA 국회 비준을 받는 것 자체가 관건이다.

      특히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다양한 반대세력을 돌파할 리더십을 발휘할 지도 의문이다. 지난 2004년 4월 1일 발효된 한·칠레 FTA도 양국 간에 협정체결 이후 1년 6개월이나 걸려서 국회 비준을 받은 전례가 있다.

      외교적 난관도 우려된다. 예컨대 중국은 이번 한미 FTA를 미국이 동북 아시아에서 중국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대중(對中) 압박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미 FTA 직후 중국이 적극적으로 우리 정부에 FTA 구애(求愛)를 해오는 것도 바로 이런 미국의 의도를 견제하고, 한국의 동북아 허브부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미 FTA로 ‘FTA허브’ 구상의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은 틀림 없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미국과 세계 경제 패권을 다투는 중국이나 EU는 서로 간에 FTA를 직접 맺는 것이 큰 부담이 된다”며 “중간에서 ‘FTA허브’ 역할을 하는 한국을 경유해서 서로 묶이는 관계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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